생각 정리

[HRD 쪽글 모음 #2] 역량과 성장에 대하여

와일 2026. 6.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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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이란 무엇인가

 역량(competency)은 지식·기술·태도가 결합된 개인의 내적 특성이다. 단순히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업무 현장에서 실제로 발휘되는 능력이자 고성과자에게서 일관되게 관찰되는 행동 특성을 가리킨다.

 이 정의가 흥미로운 건 '현장성'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시험을 잘 보는 것과 실제로 일을 잘하는 것은 다르다. 역량은 후자에 가깝다. 그리고 그것은 개발 가능하고,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하다고 본다.

 미래 사회는 디지털 역량, 휴먼 스킬, 메타 역량을 갖춘 통섭적 인재를 요구한다고 했다. 특정 기술을 익히는 것을 넘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새로운 것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세 가지를 어떻게 균형 있게 키워나갈 수 있을지, 스스로 고민해 보게 됐다.

 역량모형개발(competency modeling)은 직무에 요구되는 역량을 모형화해서 채용부터 교육, 경력개발, 성과관리에 이르는 인적자원 전 과정을 일관성 있게 연결하는 틀로 활용된다. 조직이 유능한 직원을 외부에서 채용할 것인지(buy), 아니면 내부에서 키울 것인지(make)의 문제도 이 역량 체계 안에서 함께 고려된다.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를 먼저 정의해야, 어떤 사람을 뽑고 어떻게 키울지도 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연한 것 같지만, 실제 조직에서 이 순서가 지켜지는 경우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장인성이라는 것

 수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개념 중 하나가 장인성(craftsmanship)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모범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오랜 시간에 걸쳐 몸에 밴 습성이다.

 장인성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설명이 와닿았다. 그리고 성과나 성공보다 성장 자체에 목표를 둔다는 점도.  '우연을 필연의 길로 만들기'라는 표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무형식적이고 우발적인 학습조차 의도적으로 자신의 성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앞으로의 배움과 일에 대한 태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말이었다.

 HRD 담당자에게 요구되는 방향으로도 장인성이 다시 등장한다. 전문성을 넘어 장인성으로. 특정 분야의 기술이나 지식을 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간에 대한 사랑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 그리고 끊임없는 성찰이 그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단지 HRD 담당자에게만 해당하는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험은 양날의 검이다

 경험학습이론은 구체적 경험 → 반성적 관찰 → 추상적 개념화 → 활동적 실행의 순환 과정을 통해 학습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경험이 학습의 핵심 자원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수업에서 나온 역설이 흥미로웠다. 경험이 학습의 자원인 동시에 보수화와 고집의 원인이 된다는 것. 같은 경험이 어떤 조건에서는 성장의 발판이 되고, 어떤 조건에서는 새로운 학습을 막는 장벽이 된다.

 생각해보면 경험이 많은 사람이 항상 더 잘 배우는 건 아니다. 오히려 오래된 경험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 경험을 쌓는 것만큼이나, 그 경험을 반성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경험한다는 것과 경험에서 배운다는 것은 다른 일이다.


배운 것이 현장으로 이어지는가

 학습 전이(transfer of learning)는 교육에서 배운 지식·기술·태도를 실제 일터에서 업무에 적용하는 것이다. 수업에서는 이것이 인적자원개발의 존재 이유라고 했다.

 전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학습자 특성(준비도, 동기, 자기 효능감), 교육 프로그램 요인(내용, 방법, 강사 역량), 조직 환경 요인(동료·상사의 지원, 조직문화, 학습내용 활용 기회). 흥미로웠던 건 아무리 좋은 교육을 받아도 조직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전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습은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발현되는 건 결국 관계와 맥락 안에서다.

 가장 아이러니하게 느껴진 부분은 따로 있었다. 인적자원개발 담당자가 학습 전이의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 자체에만 집중하는 이른바 '교육을 위한 교육', 과잉 훈련이 오히려 현업 적용을 방해하는 역설. 교육의 목적이 교육 자체가 아니라 변화와 적용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는 대목이었다.

 더 나아가 발전적 전이 개념도 인상적이었다. 학습 전이를 개인이 배운 것을 일터에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장과 일터가 서로를 변화시키는 집단적·협력적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배우면서 적용하고, 적용하면서 배운다. 그 두 공간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관점이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역량을 키운다는 게 뭔지, 성장한다는 게 뭔지. 이 수업을 들으면서 그 질문이 더 구체적으로 와닿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여 내가 길러야 할 역량이 뭐고 어떻게 길러나가야 할지 막막했는데 명확한 해답은 아니더라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당장의 성과보다 성장 자체에 목표를 두는 태도, 경험을 반성적으로 바라보는 습관, 배운 것을 삶으로 연결하려는 시도. 어렵지만 그 방향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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