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정리

[HRD 쪽글 모음 #4] 경력과 조직, 그리고 나

와일 2026. 6. 2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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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

 경력개발이란 개인의 경력을 장기적으로 성장·발전시키는 활동이다. 그런데 현대의 경력개발은 고용 불안정성의 증가와 함께 개인 주도적·유동적 경력관으로 전환되고 있다.

 만화경 경력모형이라는 개념이 있다. 주관적 경력 성공과 내적 동기를 강조하며, 단선적·정태적 경력관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경력을 구성해 나가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아직 뚜렷한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탐색 중인 입장에서, 이 관점이 지금의 나에게 더 적합한 틀로 느껴졌다. 경력을 하나의 고정된 목표를 향해 직선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쌓으며 유동적으로 구성해 나가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것. 당장의 방향이 없다는 게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Super의 생애단계이론처럼 개인의 특성과 발달 단계에 맞는 경력 개발을 설명하는 이론들도 있지만, 사회문화적 맥락이나 성별·인종에 따른 일반화의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함께 다뤄졌다. 조직 차원에서는 토너먼트식 경력이동모형처럼 초기 선발에서 탈락한 사람은 이후 승진 기회가 줄어든다는 냉정한 현실도 있다. 개인 차원의 경력 이론이 자기 인식을 도와도, 그것이 실제 배치와 업무로 연결되는 조직 차원의 메커니즘이 없으면 이론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는지는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이었다.


조직은 어떻게 변하는가

 조직개발이란 조직 전체의 지속적·장기적 변화를 지향하며, 구성원의 협력과 참여, 최고 경영진의 지원을 전제로 하는 체계적 접근이다.

 조직변화모형 중 긍정적 탐구모형과 실행연구모형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긍정적 탐구모형은 문제보다 강점에 집중하여 동기부여와 변화를 이끌어내는 접근이고, 실행연구모형은 문제 확인에서 출발해 순환적 과정을 통해 변화를 실행한다. 강점에 집중하는 접근이 구성원의 동기부여 측면에서 의미 있다는 건 이해하지만, 현실에서는 문제 진단에서 출발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으로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접근이 더 낫다고 단언하기보다는 조직의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AI가 조직 내 변화의 신호를 조기에 감지하고 적절한 시점에 개입을 제안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생겼다. 다만 그때 구성원이 변화의 주체로 남으려면 AI의 개입 범위를 어디까지로 설정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질문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

 HRD 담당자의 역할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초기에는 운영자·학습 전문가 역할이 중심이었고, 이후 성과 측면에서 재규정되었으며, 지금은 기술 발전과 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가로서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요구되는 역량도 전략적 사고, 대인관계와 감성 지능, 데이터 분석, 변화 관리까지 단순히 교육 전문가의 그것을 넘어선다.

 그런데 수업의 마지막에 등장한 말이 그 모든 역량보다 더 오래 남았다. 전문성을 넘어 장인성으로. 4장에서 처음 접했던 장인성 개념이 12장 마지막에 다시 등장하면서, 단순한 지식이나 기술의 축적을 넘어 인간에 대한 사랑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HRD의 근본이라는 점을 전하고 있었다. 수업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흐른 메시지가 여기서 하나로 묶이는 느낌이었다.

 HRD 담당자의 역량으로 제시된 내용들이 단지 이 분야의 직무 역량에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이 삶을 살아가면서 갖추어야 할 태도와 자질로도 읽혔다. 언젠가 나 자신도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됐다.


성과 대신 가치를

 마지막 장에서 다룬 가치 패러다임은 이 수업 전체를 정리하는 언어처럼 느껴졌다. 훈련 대 학습(내적 과정), 성과 대 가치(외적 결과)의 틀로 인적자원개발의 지향점을 재정의한다.

 가치 창출의 핵심 동인은 사람이고, 개인 차원에서 일의 의미와 삶의 보람을 강조하며, 조직과 구성원이 장기적으로 상생하는 인본주의적 관점을 취한다. 1장에서 인적자원개발의 목적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인간을 도구가 아니라 가치를 실현하는 주체로 보는 시선이 일관되게 흐르고 있었다. 수업 내내 그 흐름이 있었는데, 마지막 장에서야 명확하게 보였다.

 새로운 화두로 제시된 것들도 인상적이었다. 디지털 전환, 다문화 일터, 창의적 인재 육성, 워라밸과 일의 의미. 특히 일은 삶에서 중심성을 갖지만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워라밸의 관점은,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는 시점에서 마음에 새겨둘 만한 말이었다.

 그런데 현실의 조직과 사회에서는 여전히 반대 방향의 압력이 강하다고 느껴진다. 근시안적인 성과보다 가치를, 훈련보다 학습을, 전문성보다 장인성을 강조하는 흐름이 수업 내내 일관되었지만, 그 간극 속에서 어떻게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는지는 아직 답을 모르겠다.


기술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14장에서 디지털 매체의 차가운 연결망을 어떻게 인간화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기술이 차갑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편리함과 효율성 이면에 인간적 온기가 희석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은 기술을 다루는 입장에서 특히 무게 있게 다가왔다.

 효율과 기능만큼이나 인간적 연결의 온기를 함께 담아내는 것. 기술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것이 인간의 연결을 어떻게 매개하는지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수업이 HRD를 가르쳐준 동시에, 내가 앞으로 만들어갈 것들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게 해 준 것 같다.


 한 학기 동안 인적자원개발론을 들으면서, HRD 지식보다 더 많이 남은 건 질문들이었다. 경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 조직 안에서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기술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가. 답은 아직 없지만, 질문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 앞으로도 꾸준히 나를 성찰하고 고민하는 삶을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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