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정리

[HRD 쪽글 모음 #3] 측정할 수 없는 것들

와일 2026. 6.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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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교육 프로그램 평가란 프로그램의 가치나 유용성을 확인하기 위한 활동이다. 단순한 측정과 달리 대상의 질과 가치를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목적으로 한다.

 인상적이었던 건 평가가 인적자원개발의 마무리인 동시에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관점이었다. 지금까지 평가를 교육 과정의 끝, 결과를 확인하는 절차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그것이 곧 다음 설계의 출발점이 된다는 순환적 의미를 처음으로 인식하게 됐다.

 실무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건 Kirkpatrick의 4수준 평가다. 반응(만족도) → 학습(지식·태도 변화) → 행동(현업 적용) → 결과(조직 성과)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인 반응평가, 즉 만족도 조사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인다. 프로그램 참여자로서 수없이 작성해 온 만족도 조사가 왜 형식적으로 느껴졌는지, 이 내용을 통해 이해가 됐다. 더 높은 수준의 평가가 실행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수치로 담기 어려운 것들

 교육의 효과를 ROI(투자 대비 회수율)로 수치화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는 양면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태도 변화나 조직 문화처럼 수치로 담기 어려운 무형적 가치가 존재한다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 인적자원개발이 조직 내에서 정당성을 확보하고 발전하려면, 어렵더라도 수치화를 향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무형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측정 가능한 언어로 번역하려는 노력이 이 분야의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흥미로웠던 건 성공 사례 방법(SCM)이다. 이야기하기와 사례 연구를 결합한 질적 평가 접근법인데, 성공 사례에 강하게 주목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전이가 일어나지 않은 실패 사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오히려 더 유효한 정보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잘 된 것보다 왜 안 됐는지를 아는 게 개선에는 더 직접적일 수 있으니까.

 AI가 태도 변화나 학습 행동 패턴 같은 무형적 가치를 데이터로 포착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까지 실행하기 어려웠던 높은 수준의 평가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역설이 생긴다. 학습자가 자신의 행동이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평가된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자연스러운 학습 행동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 측정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측정하려는 대상 자체를 오염시키는 것이다. 기술을 만드는 입장에서 이 문제는 단순히 HRD의 이야기로만 읽히지 않았다.


성과는 나쁜 것인가

 성과란 요구와 기대에 맞게 행동하고 그 결과로 이루어낸 업적이다. 수업에서는 성과가 인간을 억압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함께 다뤘다.

 그 비판이 이해가 되면서도, 수치화된 목표 없이는 조직이 실질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성과 압박이 지나칠 때 부작용이 생기는 건 사실이지만, 방향과 기준이 없는 상태가 오히려 더 큰 비효율과 혼란을 낳을 수 있다. 성과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설정되고 운용되는가가 핵심인 것 같다.

 행동공학모형과 같은 성과 모형들은 기대와 피드백, 도구와 자원, 보상과 유인, 기술과 지식, 동기부여와 태도 등 여섯 가지 요소로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분석한다. 이런 공학적 접근이 인간을 단순한 자본이나 도구로 전락시키지 않으려면, 모형 내부에 질적인 보완 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교재 마지막에 이런 질문이 나온다. 개인의 업무수행도 극대화와 조직의 생산성 향상이 HRD의 존재 이유가 될 수 있는가. 결국 그렇다고 생각한다. 조직은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존재하고, HRD는 그 목표 달성을 사람을 통해 실현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학습과 성장이 그 과정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성과와 대립하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성과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이라고 본다. HRD가 성과를 외면하고 학습 자체만을 지향한다면, 조직 안에서 그 존재 가치를 설명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측정할 수 없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다. 그리고 측정할 수 있다고 해서 중요한 것도 아니다. 이 수업을 들으면서 측정 불가능했던 영역이 측정 가능해진 미래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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